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 노희경
나는 한때 ....
나 자신에 대한 지독한 보호본능에 시달렸다.
사랑을 할땐 더더욱이 그랬다.
사랑을 하면서도,
나 자신이 빠져나갈 틈을 여지 없이 만들었다.
가령, 죽도록 사랑한다거나
미치도록 그립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내게 사랑은....
쉽게 변질되는 방부제를 넣지 않은 빵과 같고,
계절처럼 반드시 퇴색하며,
늙은 노인의 하루처럼 지루했다.
책임질 수 없는 말은 하지 말자.
내가 한 말에 대한 책임 때문에 올가미를 쓸 수도 있다.
가볍게 하자, 가볍게, "보고는 싶지"라고 말하고,
"지금은 사랑해"라고 말하고,
변할 수도 있다고 ,
그래서 ,
나는 그게 옳은 줄 알았다.
그것이 상처 받지 않고 상처주지 않는 일이라고,
그런데, 어느날 문득 드는 생각.
너 그리 살어 정말 행복하느냐?
나는 행복하지 않았다.
죽도록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에,
영원을 믿지 않았기 때문에 언제나,
내가 미치도록 그리워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도 나를 미치게 보고 싶어 하지 않았고,
그래서, 나는 행복하지 않았다.
사랑은 ...
버리지 않으면 채워지지 않는 물잔과 같았다.
내가 아는 한 여자,
처음엔 자신의 시간을 온통 그에게 내어주고,
그 다음엔 웃음을, 미래를, 몸을, 정신을 주었다.
나는 무모하다 생각했다.
그녀가 그렇게 모든 걸 내어주고 어찌 버틸까,
염려스러웠다.
그런데, 그렇게 저를 다 주고도 그녀는 스러지지 않고,
오늘도 해맑게 웃으며 연애를 한다.
나보다 충만하게 그리고 내게 하는 말,
나를 버리니, 그가 오더라.
그녀는 자신을 버리고 사랑을 얻었는데,
나는 나를 지키느라 나이만 먹었다.
사랑하지 않는 자는 모두 유죄다.
자신에게 사랑받을 대상 하나를 유기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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