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이의 옷을 입고 외출하는 일은 좋다.
그의 체취가 깃든 스웨터나 품이 넉넉한 셔츠를 입고
거리를 활보하는 일은 좋다. 멀리 있어도 가까이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일은 좋다. 볕이 따뜻한 겨울 날씨는 좋다.
파주에 눈이 내릴 때, 발이 푹푹 빠져 기우뚱대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일은
좋다. 밤에 혼자 깨어있는 일은 좋다.
물구나무를 서거나 오래된 책을 뒤적이는 일,
그러다 반짝이는 문장을 발견하는 일은 좋다.
모르는 고양이가 느리게 눈을 깜빡이며, ‘눈키스’를 해주는 일은 좋다.
선잠에 들었는데 누가 이마를 쓸어주고 가는 일은 좋다.
그 상태로 모른 채 조금 더 자는 일은 좋다. 까닭 없이 당신에게
쓰다듬을 받는 일은 좋다.
처음 본 사람과 비밀을 나누는 일은 좋다. 의무감없이 하는 모든 일은 좋다.
시 쓰고 싶은 마음 상태는 좋다. 봄날, 강릉 바다에 가는 일은 좋다.
허난설헌 생가에 가 대청마루에 앉아 있는 일은 좋다.
일주일에 한 번 베란다 화분에 물을 주는 일은 좋다.
한곳에서 오래 식물을 바라보는 일은 가장 좋다.
여름에 버드나무 아래를 걸어가는 것.
그해 첫 팥빙수를 먹는 순간, 호텔 조식에 멜론이 나오는 것은 좋다.
몸에 맞는 청바지를 발견하고 사는 순간은 좋다.
당신이 먼 곳에 갔다 선물을 들고 돌아오는 일은 좋다.
고전적인 옛 말투로 쓴 메일을 읽는 일은 좋다.
봄날 새순처럼 기지개를 켜는 일은 좋다.
책을 읽다 놀라운 생각을 만나는 순간은 좋다.
섬세하고 자상한 남자를 만나는 일은 좋다.
튼튼하고 견고한 물건을 만지작거리는 일은 좋다.
흰 옷이 잘 어울리는 사람이 멀리서 걸어올 때 좋다.
몽우리 진 목련을 처음 발견하고 감탄하는 일은 좋다.
사월의 은행잎이 바람에 나부끼는 풍경, 모퉁이를 돌 때 훅 끼치는
라일락 냄새는 좋다. 동물을 사랑하는 노인을 보는 일은 좋다.
당신을 막 생각하는데, 당신에게서 걸려오는 전화는 좋다.
‘사랑을 나누다’라는 말은 좋다. 어젯밤에 시를 썼어요, 하고 말하는
누군가의 목소리, 거기에 묻은 ‘물기’는 좋다
* 시인 박연준의 '생각하면 좋은 것'에서 따온 글입니다.
그대 웃음 위로 맑은 햇살 퍼지니
오늘은 우리 헤어지기 좋은 날
함께 했던 날에 입맞추며 감사를
다가오는 날들 앞에 축복만이 있길
그대 가는 그 길이 강물처럼 흘러서
바람보다 더 멀리 자유롭게 가길
그대 가는 그 길이 내 맘으로 이어져
어디서든 언제든 아주 잊지 않길
그댈 보는 내 맘 부족함이 없으니
오늘 우리 헤어져도 괜찮을 것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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